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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1) 전쟁과 봄] /신족, 마족, 그리고 이단아 (1)

 

 

1편

 

 

 

/ 신족, 마족, 그리고 이단아 (1)

 

written by. wind캐럿

 

 

 

 

꽃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성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두운 성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 앞으로 은색의 실타래가 반짝이며 움직인다. 긴 은발을 나부끼며 한 청년이 문득 멈춰섰다. 창문가에 낯익은 그림자가 있다. 그 기척에 청년은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짓는다.

 


“ 이런- 곧 모시러 갈 생각이었는데, 벌써 오셨었군요.”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연하게 웃는 은발의 청년은 외알 안경을 쓰고 있다. 그의 앞에는 남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의 남자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타오르는 작발(炎髮)에 가늘게 탐미하는 듯한 붉은 눈, 입가에 살짝 조소가 어려 있는 마른 남자였다. 은발 청년은 자신이 감히 다다르지 못할 귀인을 맞이하며 여유롭게 웃어보였다.

 


“ 북쪽의 왕을 만나시겠습니까?”


“ 흐음- 그 전에 ‘그 건’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말이지.”


“ 무엇이신지?”


“ 어라 모른 척 하기야?”

 


곧 은발의 청년은- 아아. 하고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외알 안경이 빛을 낸다.

 


“ 그 일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짐작 가는 구석이 있어 조사중이니까요. 아마 곧 확인차 아스가르드에-.”


“ 그래?”

 

 


붉은 눈을 가진 남쪽의 왕은 흥미로운 듯 조소를 띠며 가볍게 몸을 돌렸다. 그가 북의 왕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볍지만 결코 하급종족들은 손도 데지 못할 남의 왕의 빈틈없음이 은발 청년에게는 똑똑히 엿보였다. 점점 멀어지는 남쪽 왕의 뒷모습을 보며 은발 청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입을 연다.

 


“ 그러고보니 천마회의의 문제로 아스가르드에서 사자가 왔었죠-.”


“ 헤에- 그랬어?”

 


그닥 흥미가 없는 듯한 목소리. 그러나 은발 청년은 어둠 속에서 살짝 웃었다.

 


“ 이번에는 어디에서 개최하실 생각이신지?”


“ - 분명 이번공식차례는 이 곳이었지….”


“ 그럼 우리 아스트랄 사이트에서 준비를 해야겠군요.”

 


살짝 떠보는 듯한 말투에 남쪽 마왕은 발걸음을 멈추고, 살짝 뒤돌아 ‘얄밉네-’ 하고 그의 붉은 눈이 고혹한 매향을 띠며 가늘어진다. 그리고 붉은 눈이 쿡 웃었다.

 


“ 아니-. 이번엔 아스가르드에서 할거야.”


“ 아아-. 그럼 역시 북의 왕을 만나러 오신 건 그 이유 때문이로군요.”

 


예상했다는 듯 은발 청년은 느긋하게 웃었다. 이윽고 붉은 마왕은 검은 색 옷자락을 흩날리며 유여히 돌아섰다.

 


“ 아마 이번엔 재밌는 회의가 될 것 같아-.”


“ 저희 왕께서 들으시면 기뻐하시겠군요.”


“ 그래, 가끔은 재밌겠지?- 어리석은 신족의 날개가 뜯겨서 추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네- 하고 청년은 어둠 속에서 외알안경을 반짝이며 미소 지었다.

 

 

 

1

 

 

 


아스가르드(Asgard).

 

처음 세계가 하나 였을 때 가장 동쪽에 있던 땅이 신족의 가호를 받아 역사가 시작 된 곳. 넓고 풍요로운 땅, 하늘엔 새들 대신 흰 백색의 날개를 가진 이종족이 에워싸고 있는 신성한 땅. 신족, 그리고 천사족- 둘을 합쳐 천족이란 종족이 지배하는 독립적인 세계-. 평등, 풍족, 자유, 자비로운 땅-. 이정도가 바로 인간들 사이의 ‘아스가르드’ 의 의미이며 해석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인간들보다 더 독한 윗물부터 썩은 사회, 자비와 평등을 외치면서도 위선되고 모순 된 사회-. 겉보기엔 풍요롭고 아름답지만 그 속은 위부터 썩어버린 불평등과 차별사회-.


- 그것이 아스가르드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2

 

 

 

오늘은 마을에 꽤나 인적이 북적거리는 날이었다. 유난히 도성으로 출입하는 성문엔 유입자가 많았다. 평상시에도 성문은 북적거렸지만 요 며칠 사이 특이한 점은 바로 이종족의 출입.

 


“ 아- 저건 마족이네.”

 


- 더럽게도 변장 못한다. 하고 성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5층 난간에서 한 소년이 콧방귀를 뀐다. 턱을 괸 체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소년은 망원경으로 성문의 유입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성문에 서 있는 병사가 유입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망원경 시야에 잡힌다.

 

성문을 통과하면 바로 번화가가 나왔다. 북적거리는 인파들은 거의가 동양풍의 옷이다. 중인정도 이상 되는 비단옷, 평민 정도의 간소한 바지나 긴 천 치마-. 도성의 성곽인터라 삿갓을 쓰고 짐을 어깨에 동여맨 장사꾼이나 타지역 이들이 종종 보였다. 큰 길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장터엔 떠들썩한 목소리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 붉은색으로 된 기와 지붕이 나란히 기세 있게 뻗어있다. 원래가 자유로운 출입에 타지역 유민들이 많아 출입자들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며칠 전부터 아스가르드에서는 조금 보기 힘든 녀석들이 종종 눈에 보였다.


- 마족.


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그와 동시에 통제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경계 대상의 종족. 그들은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눈에 띠지 않기 위해 아스가르드의 동양식 복장을 하고 들어오지만, 마족이란 걸 모를 턱이 없다.


구별법 첫 번째.


머리카락의 색-. 천족들 중에서는 마족들처럼 짙다거나 어두운 색을 가진 이는 극히 없다. 만일 염색도 하지 않고 흑발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곧 마족이란 걸 까발리고 잡히겠습니다- 하는 셈이다.

 


“ … 정말, 뭐야- 또 그냥 보내주네. 저 병사들 머저리들아냐? 아무리 봐도 마족이구만-.”

 


소년은 질린다는 얼굴로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동시에 망원경 때문에 가려졌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기괴하게도 소년의 머리카락은 이곳에서 찾기도 어려운 흑발에 가까운 남 푸른색이었다. 소년은 마족들을 뻔히 들여보내주는 문지기들을 욕하면서 난간에 기대 턱을 괴었다.

 


“ 바보들-. 군관의 책임자가 도대체 누구야? 틀림없이 머저리겠지. 꼭 한 번 보고 싶네-!!”

 


 그럴 때 소년이 있는 방문이 열렸다. 동시에 못 말린다면서 웃는 여유로운 목소리가 듣기 좋게 울려 퍼졌다.

 


“ 그렇게 만나보셔서 어떻게 하시려구요?”

 


들어온 청년은 소년의 남푸른색 머리만큼이나 보기 힘든 어깨에 닿는 밝은 금발이었다. 맑은 연녹빛 눈동자, 마르고 날씬한 체격, 20대 중반쯤인데 굉장히 어려보이는 외모였다. 보부의 말에 소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 만나서 어떻게 하긴-. 꼬박 꼬박 녹봉을 받는 주제에 하는 일은 설렁설렁 병신이라고 해줄거다.”


“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니- 다음 문지기는 카렐드님이 하셔도 되겠네요.”

 


부드럽게 웃는 금발보부의 미소는 친근한 사촌 형, 아니 어떻게 보면 친한 이웃집 형과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는 보부는 겉옷을 벗어서 의자에 잘 걸어두었다. 퉁명스러운 표정이 평상시 표정인 듯, 난간에 기대어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소년이 ‘흥’ 하고 그를 힐끗 바라봤다.

 


“ 어디 갔다 온거냐? 케무엘-.”


“ 아아, 주변 상인들에게요. 요즘 마족의 출입 건으로 뭔가 피해가 있진 않을까 해서요.”


“ 마족들이 저렇게 도성에 막 들어와도 되는 거야?”


“ 뭐- ‘이 기간’에는 어쩔 수 없겠죠.”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케무엘(示眞神)이라 불린 보부는 쓰게 미소 짓는다. 남 푸른색 머리의 소년, 케무엘이 돌보고 있는 카렐드(昕) 도련님은 ‘이 기간’ 이란 의미를 금세 눈치 챘다.

 


“ 헤에… ‘천마회의’인가.”

 


2천 년 전 천마대전 이후 손실을 많이 입은 마족측이 먼저 요청한 화친, 마침 그 당시 전대 황제가 죽고 나라 자체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아스가르드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화친의 증명으로 기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회담을 개최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천마회의였다. 보부는 말을 이었다.

 


“ 천마회의는 4년에 한 번씩 봄에 개최되니까요. 마침 올해가 딱 4년째 되는 날입니다.”


“ 이번 천마회의는 어디에서 하지? 분명 지난번은……”


“ 지난번에는 아스가르드였습니다. 그러니 올해는 당연히 아스트랄 사이트겠지요.”


“ 흐응… 그럼 올해 그 마족의 소굴에 너도 가겠군.”

 


마족의 소굴이라니-. 하고 케무엘이 하하 쓰게 웃는다. 케무엘은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종이들을 살핀다. 카렐드에게 내준 숙제였다. 그는 확인하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 뭐, 일단 저도 관리니까요-. 빠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답니다.”


“ 하지만 넌 말단관리라며? 관리란 이유보단 세라핌계급이기 때문에 강제참여겠지?”

 


케무엘은 천사족 중에서도 9계급중 1계급에 해당하는 고위천사였다. 케무엘은 하하 웃어보였다.

 

 


“ 네-. 아마 그 쪽이 더 맞을 것 같네요. 어- 카렐드님, 조금 뿐이지만 제대로 숙제를 하셨네요.”

 

 


케무엘은 카렐드가 숙제를 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세 들뜬 얼굴로 감격한 듯했다.

 

 


“ 어쩐 일이셔요? 평소에도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 ……아마 ‘녀석’도 천마회의 때문에 마계에 가겠지?”


“ …네? 아….”

 

 


문득 씁쓸한 듯한 목소리에 케무엘은 어린 도련님을 바라보았다. 창가에 기댄 체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는 소년은 실제나이보다 체구가 작고 어려 보였다. 15살쯤 되어 보일까, 키는 또래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보기 힘든 흑발에 가까운 남푸른색 머리카락, 가만히 밖을 응시하고 있는 깊이 있는 눈동자는 맑고 차분한 푸른색이다. 머리카락까지 어두운데, 입고 있는 비단의 활동성 있는 도복조차도 남색이라 아스가르드에서는 굉장히 눈에 튄다. 무엇이 그렇게 따분하고 지루한 것인지 평상시엔 거의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이었다. 가끔 웃기도 했지만 거의 시니컬한 미소가 대다수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겉으로 보기엔 그냥 좀 불성실하고 신분 높은 방탕한 도련님이지만, 실제로 그 눈동자에서 느낄 수 있는 어둠의 깊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케무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안쓰러운 듯이 카렐드를 바라본다.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이다. 그 그리움의 상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케무엘은 대충 무시할 수도 없다. 뭔가라도 말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아- 저 카렐드님…….”


“ ‘그 녀석’-. 마계에 갔다가 마기 때문에 된통 몸살이라도 걸려서 오겠군. 흥 실컷 골려줄테다-.”


“ … 카렐드님.”


“ 왜?”


“ 그래도 일단 카렐드님을 거둬주신 분인데… ‘그 녀석, 그 녀석’이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 하, 알게 뭐야.”


“ 어련하시겠어요-.”

 

 


케무엘은 쓰게 웃으면서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서는 병사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도성 전체에 울려 퍼지는 시원스러운 북소리가 행인들의 시선을 잡는다.


- 정오를 알리는 북소리, 일시적으로 성문을 닫는 시간대였다. 동시에 막 성문을 통과한 행인들이 허겁지겁 길가로 달려 들어왔다. 창가에 턱을 괸 체 카렐드는 뭔가 생각하듯 개미만한 행인들을 표정없이 바라본다.


- 마족들인가. 카렐드는 킥 하고 웃었다.

 

 


“ 헤에… 조금 놀고 와볼까.”

 


같은 시간, 성문을 뒤로 하고 한 키 큰 청년이 아슬아슬 했다는 듯 웃으며 도성에 들어왔다. 넓은 삿갓을 쓴 남자는 검은색의 차이나 풍 옷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허리까지 닿는 긴 회색빛 은발, 도성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듯 사내는 고개를 든다. 높은 언덕 위로 붉은색 기와지붕의 수를 놓은 듯한 고귀한 현정궁(賢政宮)의 높은 남쪽 성문이 보였다. 사내는 매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 우선은 마을을 조사해볼까요.”

 

 


삿갓 속 빙긋 웃는 외알 안경이 햇빛에 살짝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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